오랫만에 구입한 책,
성장해 오면서 교과서 및 다른 여러 루트를 통해 이름만 익히 알고 있던 '황진이'
워낙 유명한 그녀이것만, 난 황진이가 기생이고 문장에 능하다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황진이'의 시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진이가 대체 어떠하길래 지금까지 그 이름을 떨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선택했다.
저자 : 홍석중
국내 여자소설가 전경린이 쓴 '황진이'가 더 유명하지만, 책 표지도 좀 더붉은 색이면서 시선을 잡아 끌고 작가가북한 사람인 데다,만해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문구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북한 사람의 소설이 남한의 문학상을 수상했다니, 도대체 어떤 작품일까? 란 생각도 들고 하여서다. 그리고 소설 '임꺽정'의 작가인 홍명희의 손자라는 화려한 배경 역시 무언가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 인물에 대한 소설답지 않게, 홍석중은 황진이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과 환경에 대한 설명에도 심혈을 기울인 듯 하다. 때문에, 당연히 처음에 황진이의 출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리란 나의 생각을 깨트리고 이 소설은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북한 사람이 쓴 소설답게 내용 중간 중간에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것이 소설의 이해도를 떨어트리진 않는다. 오히려 '이런 단어도 있군'이라는 느낌과 함께 일반적인 현대 소설들에선 느낄 수 없는 '문장의 맛'이란 게 어떤건지 보여주는 듯 하다.
나는 이 책이 북한 소설이란 느낌을 받지 않고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분단이 된지 여러해가 지나서 이제는 '이산가족상봉'이란 말 자체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되는 나에게, 이 책은 북한에 대해서 어떠한 친근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렇듯 오랜 기간 동안 북한과는 다른 환경과 이념적 환경 속에서 살아온 내가 아무런 부담감 없이 북한의 소설을 편안히 읽어 내려갈 수 있다는 것과 이런 작은 소설 하나가 남북 문화의 이질감을 깨트릴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작가의 세심한 묘사 덕분에, 머리 속에서 장면들을 상상하느라 읽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소요되었다. 황진이의 얼굴과 몸동작, 목소리 그리고 그녀의 상황 등을 상상하면서 순간 순간 즐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조선시대의 명기 명월이의 삶을 조용히 들여다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
산천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성곽과 문루는 무너져 모래가 되고
흐르는 물, 떠도는 구름만이
지는 노을 속에 붉게 타는구나
가던 길 멈추고 서성이며
아득한 옛날의 자취를 더듬으니
박연과 함께 송도의 삼절이라
화담의 푸른 물 우에 명월이 밝게 웃네
....
*
1,2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맨 뒤편엔 소설 황진이가 주는 의미와 내용 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책을 읽은 후 내용정리도 되고, 북한의 문화계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소설의 이해에 도움이 되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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